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

Session II : 출판윤리

인용 조작(Citation Manipulation)


인용 조작 관련 체크리스트
  • 적절한 참고문헌을 인용하는 것은 저자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알고 있는가?
  • 인용 조작이 일종의 과학적 위법 행위(scientific misconduct)임을 알고 있는가?
  • 인용 조작의 유형들을 이해하고 있는가?
  • 모든 인용 권유가 비윤리적인 행위는 아님을 이해하고 있는가?
  • 꼭 인용되어야 하는 문헌들이 참고문헌에서 빠지지는 않았는가?

1. 참고문헌 인용이 왜 중요한가?

논문을 인용하는 것은 학문적인 저술 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논문들을 참고문헌으로 인용함으로써 현재의 지식을 소개하고, 다른 연구들의 결과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학문적인 주장에 대한 권위를 세울 수 있어, 적절한 참고문헌의 인용은 연구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지식적, 혹은 기술적 토대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 논문이 다른 여러 논문을 인용하고 또 인용됨으로써 저자 또는 연구 그룹 간에 의미 있는 상호 작용이 이루어진다. 즉, 인용은 저자, 편집자, 출판사 및 기관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중요하고 정당한 지표로 간주된다[1]. 따라서 논문에 인용하는 참고문헌의 선택은 저자의 학술적인 견해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저자의 학술적인 자율권에 해당한다.


2. 인용 조작(citation manipulation)이란?

1975년 처음으로 Journal Citation Reports (JCR)가 발표되었을 때, ‘인용 지수(citation index)’를 “한 논문과 서로 인용 관계에 있는 다른 여러 논문 간의 의미 있는 관계를 뜻하는 지수”라고 설명하였다. 인용 지수는 자료를 연결하여 관련 논문들을 찾고, 저자가 만든 연결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논문을 발견하는 인용의 필수 기능을 강화하여 과학적 혁신과 품질을 측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2].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 인용 지수가 점차 “과학의 양과 질”을 의미하는 척도로 작용하게 되면서, 학술지가 갖는 대외 평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인용 지수를 높이려는 여러 노력과 함께 부작용도 초래되어 Science Citation Index (SCI)/SCI-Expanded (SCIE)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 IF)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기도 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른 journal metrics 등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2013년 미국 세포생물학자들을 중심으로 DORA (Declaration on Research Assessment) 선언이 발표되었는데, 주요 핵심 내용은 과학적 연구 산물을 평가하는 방법에 개선이 필요하며, 인용 지수와 같은 학술지 자체의 지표를 연구 논문의 품질을 평가하는 대리 지표로 삼아 과학자 개인의 기여도나 임용, 승진, 연구비 수혜 결정 등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Web of Science에 등재되지 않은 학술지의 편집인은 등재를 위하여, 이미 등재된 학술지의 편집인은 학술지의 평판을 올리기 위하여 인용 지수를 높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인용을 많이 받는 논문의 저자는 연구비 수혜나 승진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인용 조작이란 저자, 심사자, 또는 편집인이 논문의 학술적 내용에 기여 없이 오직 논문이나 학술지의 인용 횟수를 늘리고자 부적절하게 참고문헌 인용을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3-5]. 영국 출판윤리위원회(Committee on Publica-tion Ethics, COPE) 포럼에 따르면, 인용 조작은 다음과 같은 행태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과도한 자가 인용으로, 저자가 본인의 이전 논문들을 과학적 내용과는 상관없이 인용 횟수를 올리기 위한 목적만으로 인용하는 행위이다. 둘째는 저자가 연구 논문을 투고하려는 학술지의 논문을 지나치게 많이 인용하는 행위이다. 셋째는 명예 인용 또는 논문 몰아주기로, 특정 저자 또는 학술지의 논문을 과도하게 인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6].

이렇듯 논문의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을 담지 않은 참고문헌들을 단지 인용 지수를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논문에 인용하는 것은 과학적 중요성을 흐릴 뿐 아니라, 출판윤리를 위반하는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특히 인용 조작이 편집인과 시니어(senior) 연구자 간에 암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젊은 연구자들에게 이러한 비윤리적 행위가 받아들여진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주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인용 조작은 일종의 ‘과학적 위법 행위(scientific misconduct)’라고 평가된다.


3. 인용 조작의 유형

1) 강제적 인용(coercive citation)

동료 심사 과정에서 편집인, 또는 심사에 관여하는 사람이 논문의 저자에게 해당 학술지나 발행인이 동일한 다른 학술지의 인용을 요청하는 경우로, 가장 문제가 되는 인용 조작의 형태이다. 강제적 인용은 논문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정상적인 인용 권유가 아니라, 저자가 논문의 내용과 상관없는 학술지나 논문을 인용하도록 하거나, 편집인 또는 심사자가 본인의 논문이나 연구 결과를 인용하도록 권유하는 경우이다. 경쟁 학술지의 참고문헌을 삭제하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연관성이 있는 논문이나 저자, 연구들을 구체적으로 시사하지 않으며, 단순히 저자들에게 특정 학술지 논문을 인용하라고 지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경우 저자들은 인용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게재 불가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편집인의 권유를 따를 수 밖에 없게 된다.


2) 논평(editorial)

편집인들이 논평을 작성할 때 해당 학술지의 논문들을 부적절하게 많이 인용하는 경우도 인용 조작의 범주에 포함된다.


3) 자가 인용(self-citation)

저자의 부적절한 자가 인용이나 학술지의 과도한 자가 인용도 인용 조작의 범주에 포함된다. 저자가 자신의 이전 논문을 부적절하게 많이 인용하는 경우, 편집인들은 저자의 자가 인용이 지나치다고 판단된다면 이를 시정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제출한 논문이 장기적인 연구 프로그램의 연속 선상에 있고 저자 본인의 이전 논문들과 관련성이 있는데 저자가 이 논문들을 인용하지 않았다면, 자기 표절 또는 중복출판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저자의 자가 인용을 무조건 허용하지 않는 것은 학술적인 이해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학술지의 편집팀 차원에서 인용 지수를 올리기 위해 부적절하게 자가 인용을 많이 하는 경우도 인용 조작에 해당된다.


4) 인용 주고받기(citation swapping)

여러 연구자 및 동료 집단이 상대방의 논문을 인용해 주기로 동의하고 정기적으로 인용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4. 우리나라 인용 조작의 예

우리나라의 많은 학술지이 Web of Science에 등재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를 위한 편집인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SCIE 등재를 위해 인용 조작을 하는 것은 편집인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임을 잘 알아야 한다. 실제로 2017년에 대한의학회 회원 학회의 학술지에서 회원들이 SCIE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때 해당 학술지의 논문을 참고문헌으로 인용할 경우 인용 장려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의학계뿐만 아니라 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대한의학회에서는 회원 학회들에 “학술지 참고문헌 인용 장려 제도에 관한 대한의학회의 입장”이라는 공문을 보내 이러한 비윤리적 인용 장려 행위를 중단하라고 권유한 바 있다.


5. 모든 인용 추가 권유가 비윤리적인가?

논문을 작성할 때 저자들은 적절한 참고문헌을 인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편집인이나 심사자가 보았을 때 꼭 인용되어야 하는 논문들이 빠져 있는 경우가 흔히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의 저자들은 아직도 서구 논문들을 주로 인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지역의 환자들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면서도 아시아 지역의 논문들을 인용하지 않는 경우가 흔히 관찰된다. COPE 포럼에서도 저자의 자가 인용이나 심사자 및 편집인이 참고문헌을 추가하라고 권유하는 인용 요청을 모두 인용 조작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제시한다. 즉, 꼭 인용되어야 하는 논문들이 참고문헌에서 빠지는 것도 옳지 않은 일임을 명심해야 하며, 자가 인용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평가는 곤란하다.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에서는 전반적으로 국내 학술지 인용이 적다고 판단하여 국내 학술지를 가급적 많이 인용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학술지 존중의 차원에서 인용을 격려하는 것으로 대한의학회에서도 이 정도의 학회 차원 인용 장려 활동은 권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COPE는 또한 각 학술지가 자가 인용 임계값을 결정하기 위한 정책과 기준을 개발하고, 잠재적 부정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절차도 수립할 것을 권유한다[6].


6. 학술지 제재(title suppression)

2017년 Clarivate Analytics사(社)에서는 학술지의 IF는 학문적 교류에서 학술지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로, 인용 조작으로 이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언하면서 매년 직전 연도의 인용 분석을 통해 JCR에서 학술지가 탈락할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즉 학술지의 자가 인용이 지나치게 많거나 인용 몰아주기(citation stacking) 등이 밝혀질 경우, 1년 동안 해당 학술지의 지표를 발표하지 않고 다음 해에 다시 평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4년에 인용 조작이 의심되는 17개 학술지에 대한 지표를 발표하지 않았다.

COPE는 인용 조작을 행하는 편집자는 출판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만약 조사를 통해 의도적인 인용 조작 행위가 확인된다면 편집자 직위를 해임할 것을 권유하였다[6].


7. 결론

논문 작성에 있어 참고문헌을 통한 다른 논문의 인용은 연구 내용의 학문적인 완성도를 위한 것으로, 적절한 참고문헌을 인용하는 것은 저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편집인이나 심사자는 논문의 참고문헌이 적절하고 완전하게 기술되어 있는지 평가해야 하며, 학술지 평판을 높이기 위한 인용 조작은 과학적 위법 행위임을 잘 알아야 한다. 특히 강제적 인용은 논문의 학술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므로 절대적으로 금한다. 하지만 모든 인용 권유가 비윤리적인 것은 아니며, 꼭 인용되어야 하는 논문들이 참고문헌에서 빠지는 것도 옳지 않은 일임을 이해해야 한다.


참고문헌

  • Gasparyan AY, Yessirkepov M, Voronov AA, Gerasimov AN, Kostyukova EI, Kitas GD. Preserving the integrity of cita-tions and references by all stakeholders of science communication. J Korean Med Sci 2015;30:1545-52.
  • Garfield E. Preface and introduction to Journal Citation Reports [Internet]. In: Martyn J, Gilchrist VG, editors. Science Citation Index. Vol 9. Institute for Scientific Information; 1975. Available from: http://garfield.library.upenn.edu/papers/jcr1975introduction.pdf
  • Wilhite AW, Fong EA. Coercive citations in academic publishing. Science 2012;335:542-3.
  • Epstein D. Impact factor manipulation. Writ Stuff 2007;16:133-134.
  • The PLoS Medicine Editors. The impact factor game. It is time to find a better way to assess the scientific literature. PLoS Med 2006;3:e291.
  • Committee on Publication Ethics (COPE) Council. COPE discussion document: Citation manipulation [Internet]. COPE; 2019. Available from: https://doi.org/10.24318/cope.2019.3.1
※ 의편협 파일서버 업로드 및 KoreaMed & KoreaMed Synapse 관련 문의

※ 의편협 파일서버 업로드 및 KoreaMed & KoreaMed Synapse 관련 문의

- 안내사항: https://www.kamje.or.kr/auth/file_server
- 직통전화: 02-6966-4930
- 이메일: support@m2-pi.com

 

하루 동안 팝업창을 띄우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