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

1. 저자의 자격 요건

1) 저자 자격에 대한 개념 변화

저자의 자격 기준은 학술지나 단체마다 상이한 경우가 많다. 미국의 과학편집인협의회(Council of Science Editors, CSE)에서는 저자를 “저작물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이에 책임을 지는 것에 동의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자신이 수행한 작업에 대한 책임을 질 뿐 아니라 다른 공동 저자가 각각 자신의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참여 역할을 확실하게 구분하며, 모든 저자가 최종 원고를 검토하고 승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많은 학술지가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의 권고 기준을 따르고 있다. 2008년 제시된 ICMJE의 기준은 연구에 참여하거나 논문 작성에 기여하고 논문 최종본을 승인한 경우에 해당되면 포괄적으로 저자 자격으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논문의 진실성과 관련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저자가 본인의 책임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ICMJE에서는 2013년 저자 기준을 개정하여, 이전 기준을 모두 만족하면서 논문의 진실성도 보장하는 수준으로 저자의 자격 기준을 강화하였다.

2) ICMJE의 개정 저자 자격 기준

ICMJE에서는 저자의 자격 요건을 아래 열거하는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로 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 연구의 구상이나 설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거나 또는 자료의 획득, 분석, 해석에 기여함, (2) 연구 결과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거나 중요한 학술적 부분을 비평적으로 검토함, (3) 출판되기 전 최종본에 대해 승인함, (4) 연구의 정확성과 진실성에 관련된 문제를 적절히 조사하고 해결할 것을 보증하며, 연구의 모든 부분에 책임을 지는 것에 동의함” [1].

2. 저자, 교신저자, 기여자

1) 저자

저자로 등재되는 모든 연구자는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기준을 모두 만족하지 못한 연구자는 기여자(contributor)로 기록한다. 저자들은 자신의 연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저자 기준 가운데 첫 번째 항목에 해당하는 모든 연구자는 원고의 작성, 검토, 최종 승인에 참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저자의 순서는 전적으로 저자가 결정하며 편집인은 관여하지 않는다. 대부분 논문 작성 과정에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이 제1저자가 된다. 연구 분야에 따라 저자의 나열 방식이 다를 수 있으며, 알파벳순으로 나열되지 않았다면 저자의 순서가 기여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논문 투고 후 저자의 순서를 바꾸려면 저자 모두의 동의를 구하고 서명한 증빙을 제출해야 한다.

대규모 연구는 저자 수가 많은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개별 저자와 함께 연구 그룹을 표기하거나 저자 표시 없이 연구 그룹만 저자로 기재할 수도 있다. 저자로 기록된 모든 연구자는 원고의 최종 승인을 포함한 네 가지 저자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저작물에 대해 공적인 책임을 져야 하며, 같은 연구를 수행한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의 정확성과 진실성에 대해 완전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 연구 결과의 진실성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그룹과 상관없이 개별 저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각 학술지는 저자가 연구 그룹으로 표기되는 경우라도 개별 저자를 인식할 수 있는 색인을 감사의 글에 만들어야 하며, 저자 수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 학술지에 따라서는 원저, 리뷰 등 원고 형식에 따라 제한을 두기도 한다. 연구 그룹으로 표기되는 경우 별도로 연구 그룹에 포함되는 저자에 링크를 걸어 인식하게 한다.

공동 저자가 논문 작성과 투고 과정 중에 사망한 경우, 가족이나 법정대리인을 통해 동의서를 받아 제출하고 논문에 이를 표기해야 한다.

논문을 투고할 때 전원이 학술지가 규정하는 저자 기준을 충족한다는 서명 날인 서류를 제출하도록 한다. 이 문서로 저자 자격과 관련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저자 자격 관련 분쟁이 발생할 때 관련 저자와의 증빙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개정된 저자의 기준이 출판 진실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강화되었기에, 이를 투고규정에 공지하고 투고 시에 서명을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모든 저자는 학술지가 요구하는 이해관계를 밝힐 책임이 있다.

2) 교신저자

논문 투고 과정에서 학술지와 소통하며 투고 절차에 따라 저자들의 상세 정보를 제공하고, 연구윤리 심의, 임상시험 등록, 이해관계 등과 관련한 제반 문서를 처리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교신저자에게 있다. 유사시를 대비하여 공동 교신저자를 두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학술지는 3인 이상의 공동 교신저자는 허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교신저자는 논문 투고와 심사 과정에 걸친 전 과정에서 편집진과 적시에 교신할 수 있어야 하고, 출판 후에도 저작물에 대한 비평이 있을 경우 이에 회신할 수 있어야 하며, 저작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학술지가 추가적인 자료나 정보를 요청하면 이에 협조해야 한다. 비록 학술지와 연락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교신저자에게 있지만, 편집인은 출판 과정 중의 연락 내용을 모든 저자들에게 동시에 통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기여자

ICMJE에서 요구하는 저자 자격 요건을 한 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하는 저자는 기여자(non-author contributor)로 간주한다. 연구비 획득, 연구 과정의 감독, 행정 지원, 원고 정리를 포함한 단순한 원고 교정, 언어 교정, 최종 원고 교정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임상연구에서 저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개별적으로 기여자로 기록하거나 임상 조사자(clinical investigators), 참여 조사자(participating investigators) 등으로 기록하며, 기여자를 기록할 경우 과학 자문(scientific advisors), 연구 계획의 정밀 검토(critically reviewed the study proposal), 자료 수집(collected data), 대상 환자의 치료 및 자료 제공(provided and cared for study patients) 등과 같이 그 역할을 상세하게 기술한다. 기여자는 논문 말미 감사의 글(acknowledgment)에 표시하며, 기여자로 기록된 모든 사람으로부터 기여자임을 확인하였다는 서면 승인을 받아 함께 제출해야 한다.

4) 기여 정도

저자의 기여도를 표기하는 것은 연구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저자의 역할은 크게 개념화(concept), 기획(design), 감독(supervision), 자원(resource), 재료(material), 자료 수집과 가공(data collection and/or processing), 분석(analysis/interpretation), 문헌 검색(literature search), 저술(writing), 검토(critical review) 등으로 나누기도 하고[2], 이보다 더 세분된 CRediT 시스템(https://credit.niso.org/)을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학술지는 저자의 기여도 표기 방법을 안내해야 하고, 원고에는 저자의 기여 정도에 대한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국제 협업 연구의 경우 연구를 실행, 설계, 보고할 때,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의 연구를 위한 세계행동강령을 준수해야 한다[2,3].

3. 부당한 저자의 예

1) 초청 저자, 선물 저자, 유령 저자

초청 저자란, 심사 중 혹은 출판 후 논문의 평판에 영향을 주기 위해 논문에 상당한 기여가 없는데도 저자로 표기하는 경우를 말한다. 선물 저자는 해당 분야의 대표나 원로를 그냥 저자로 기재하는 경우이고, 유령 저자는 저자 자격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저자 리스트에서 누락되는 경우로, 제약회사 후원 논문 등에서 많이 관찰된다.

2) 인공지능과 저자

인공지능 지원기술은 정확성, 무결성 및 독창성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으므로 저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인공지능 지원기술을 저자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인공지능 지원기술을 투명하게 사용해야 하며,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저자는 논문에서 인공지능 지원기술이 제공한 자료(제시된 내용의 정확성과 표절 없음 포함)와 모든 출처의 적절한 출처 표시(인공지능 지원기술이 생성한 자료의 경우 원본 출처 포함)에 대한 책임이 있다[4].

3) 논문공장(papermill)과 저자

논문공장은 가짜 데이터 또는 품질이 낮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대량으로 논문을 작성하고, 저자를 대신하여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도록 도와주면서 저자 자격을 거래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영리 목적의 단체를 말한다. 논문공장은 다수의 중복 투고를 한 후, 일단 게재가 승인되면 다른 곳은 포기하고 저자 매매를 제안한다. 모든 연락은 논문공장에서 진행하며, 일부에서는 특정 전문가를 심사자로 추천하여 조작을 시도하기도 한다. 논문공장은 전문가 심사와 인용을 연계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집호(special issues)나 학술대회 논문집을 출간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최대한의 영리를 창출하려 한다[5].

4. 저자 자격과 관련한 분쟁의 예방과 처리

저자 자격과 관련한 분쟁은 저자 간에 충분한 논의가 부족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연구의 개념을 정립하는 순간부터 연구 단계별로 저자 자격에 대해 서로 논의하여 결정하고, 저자 자격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자가 연구 과정에서 어떠한 기여와 역할을 했는지 설명하는 기여자 역할 분류 시스템인 CRediT 등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학술적 기여에 대한 투명성과 명확성을 높이기 위해, 저자들에게 ORCID (Open Researcher and Contributor Identifier) 등의 디지털 저자 식별자를 요구하는 것이 좋다. 모든 저자가 빠짐없이 나열되어야 하며, ICMJE에서 강조하는 저자 자격 기준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저자가 아닌 기여자로 표기되도록 냉정하게 협의해야 한다.

저자의 자격과 관련하여 분쟁이 일어났을 때는 Committee on Publication Ethics (COPE)의 flowchart (부록 2; https://publicationethics.org/guidance?f%5B0%5D=type%3A16)에 따라 사안에 맞게 처리한다. 출판 시점에 따라 각각 상황을 달리하며, 학술지에 잠재적인 분쟁을 관리하기 위한 절차가 있어야 한다.

참고문헌

• 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 Recommendations for the conduct, reporting, editing, and publication of scholarly work in medical journals [Internet]. ICMJE; 2025. Available from: http://www.icmje.org/recommendations/
• Friedman PJ. A new standard for authorship [Internet]. Council of Science Editors (CSE). Available from: https://www.councilscienceeditors.org/2-2-authorship-and-authorship-responsibilities
• Albert T, Wager E; Committee on Publication Ethics (COPE) Council. How to handle authorship disputes: a guide for new researchers. Version 1 [Internet]. COPE; 2003. Available from: https://doi.org/10.24318/cope.2018.1.1
• World Association of Medical Editors (WAME). Chatbots, generative AI, and scholarly manuscripts: WAME Rec-ommendations on chatbots and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in relation to scholarly publications [Internet]. WAME; 2023. Available from: https://wame.org/page3.php?id=106
• United2Act. United2Act [website]. United2Act; 2025. Available from: https://united2ac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