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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논문을 PubMed Central에서 읽는 기쁨을 만끽하며
허선 (한림의대, 제9대 의편협 회장)
지난 2021년 6월 소식지에 언급한 것과 같이, 필자가 편집을 맡은 잡지 Journal of Educational Evaluation for Health Professions를 PubMed Central (PMC)에 등재하기 위하여 2006년도 여름 방학 동안 PMC XML 제작 작업을 하고 HTML 변환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2008년 11월 20일에는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가 국내 학회지 중 처음으로 PMC에 기탁되었다. 이후 14년간 130종 이상의 국내지가 영문으로 전환한 후 PMC에 등재되어 PubMed에서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잡지가 PubMed 등재된 뒤에 인용도가 올라가면서 SCIE 등재지가 되어 국제지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었다.
지난 소식지에서 기대한 대로, 이런 국내지 PMC 등재 역사는 최근 또 다른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2022년 1월 10일 한국아동간호학회에서 발행하는 Child Health Nursing Research가 국내 간호학 잡지로는 최초로 PMC에 등재되면서 과거 국문으로 발행한 2019, 2020년도 논문이 PMC에 등장하였다 (https://www.ncbi.nlm.nih.gov/labs/pmc/journals/4129/; Fig. 1). 이것은 PMC에서 2019년부터 “학술지가 PMC에 등재되면 non-English 논문도 PMC 기탁을 허락한다”고 언어 정책을 변경하여 가능하였다. Child Health Nursing Research는 2020년 7월호부터 전체 영문으로 발행하여 PMC 등재 심사를 받았지만, 과거에 국문으로 발행된 호 (issue)도 기탁할 수 있었다. 또한 올 2월 25일부터 한국의학교육학회가 발행하는 Korean Journal of Medical Education에서 과거 2011-2015년도에 발행했던 국문 논문도 PMC에 기탁되어 국문으로 읽을 수 있다 (https://www.ncbi.nlm.nih.gov/labs/pmc/journals/2952/). 이 잡지는 MEDLINE 등재지이기에, 과거의 호들도 학술지 표제만 같으면 모두 기탁이 가능하다는 PMC 정책에 따라 이미 제작한 국문 PMC XML 파일을 기탁한 것이다.
Fig. 1. Screenshot of article in volume 25, issue 2 (April 2019) of Child Health Nursing Research ( https://www.ncbi.nlm.nih.gov/labs/pmc/articles/PMC8650922/) listed in PubMed Central in the Korean language [cited 2022 Feb 27].
2006년 처음 PMC XML 작업을 할 때, 국문은 아예 XML 구현이 불가능하였다. 이후 2012년 PMC XML이 JATS XML로 NISO 학술지 웹 표준이 되면서 영문뿐 아니라, 모든 문자로 제작과 구현이 가능해졌다. 아직 많은 종수는 아니지만, 국문 논문이 PMC에 나타난다는 것은 과학 언어는 영문이라는 국제적인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 문자가 앞으로 100년 후 과학 언어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에 답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언어학자의 언급에 따르면 2100년 이후에 전 세계 언어는 약 10종이 생존할 것인데, 한국어는 현재 사용 인구 수로 11-12위 수준이기에 생존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431820#home).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 말과 문자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 Health Metrics Science 논문에서는, 지금처럼 인구가 감소하고 해외 이민을 적극 수용하지 못한다면 210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2,700만명으로 줄고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20)30677-2/fulltext) 수도권에 1,700만명, 그 외 지역에 1,000만 명이 거주하게 되리라고 추정하였다. 언어가 생존하려면 우선 사용 인구가 충분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말 사용 인구는 남북한,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약 7,700만명 수준이다. 더 줄게 되면 말은 지역어로 남을 것이나 문자는 점점 더 소멸할 것이다.
과거 미국에서 공부할 때 파키스탄에서 온 의사와 대화하던 중, 자신은 파키스탄에서 지역어로 가족과 소통하나 그 지역어로 글을 쓸 수 없어 영어로 글을 쓴다는 말을 듣고 잘 상상이 되지 않았었다. 우리말이 이렇게 되지 않고 과학어로서 생존하려면 우리말로 논문을 작성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어렵다. 필자가 작년에 작성한 학술지 논문만 보아도, 교육자료로 초빙 받은 한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문이다. 편집을 맡은 잡지도 영문이고, 투고하는 국내외 학회지 대부분이 영문이다 보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국문 논문 작성은 쉽지 않다. 국내 학회는 학술지 국제화와 국제 색인 데이터베이스 등재를 위하여 학술지를 영문으로 내고 있고, KoreaMed 등재지도 이미 영문지가 다수이다. 과학 논문을 국문으로 작성하여야 과학어로 생존이 가능한데, 국문 논문이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의·생명 분야 국문 학술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PubMed에 등재되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다. KoreaMed 등재지도 구글 스칼라를 통하여 충분히 전 세계 연구자에게 알리고 인용 받을 수 있으나, 아직 PubMed의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국문지를 국제지로 발전시켜 국제 색인 데이터베이스에 등재하려면 우선 PubMed에 등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MEDLINE 또는 PMC에 등재되어야 한다.
현재 영문지도 PMC 등재가 쉽지 않아 신청 후 탈락하는 경우가 흔한데, 과연 국문지 등재가 가능할까? 이미 영문 논문의 수를 늘려 등재 신청한 국문지가 있으므로 그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 한다. 심사는 과학성이 가장 중요하므로, 내용이 과학적이고 연구출판윤리를 잘 지키며, 원고 편집과 영문 교열을 훌륭하게 수행하면 충분히 등재 가능하다. 이 과학성의 실체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심사 결과를 수집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연구 설계에 해당하는 권장보고지침에 따라 작성한다.
| 가설 설정을 하고 증명한다.
| 측정도구의 타당도를 기술한다.
| 적절한 통계를 사용하여 분석한다.
| 결과에 바탕을 두고 과장되지 않게 해석한다.
| 표의 내용을 본문에 반복하지 않는다.
| 참고문헌을 적절히 인용한다.
| Systematic review, meta-analysis, randomized controlled study 논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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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심사와 편집과정에서 개선 가능한 내용이다. Randomized controlled study 원고를 받기가 쉽지는 않지만, 학회 회원이 학술지를 사랑한다면 충분히 투고 받을 수 있다.
곧 MEDLINE 미등재 국문지가 PMC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경비가 허락한다면 게재 논문의 반을 영문 번역하여 발행하고, 국문 논문을 supplement로 제공할 수도 있다. PMC에 등재되면 해외 투고가 늘어 무난히 투고 논문 수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이미 MEDLINE에 등재된 국문지 역시 모두 PMC에 등재시키기를 다시 한번 권한다. 우리글 논문을 PMC에서 읽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과학어로서의 우리글 생존에 앞장 서는 국문지를 발전시키는 일도 후대를 위한 연구자의 역할이다(2022. 2. 27).